지난달 28일 밤 인천 송도의 '송도 롯데캐슬아파트'
이삿짐을 실은 차량과 입주민 200여 명이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실랑이를 벌였다. 도중에 분양계약이 해지된 물량을 시행사가 할인해서 판매하자 화가 난 입주민들이 할인분양 계약자들의 이사를 막은 것이다.
↑ 잔여분 할인 분양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인천 송도 롯데캐슬 아파트.
부동산 불황의 골이 깊어지자 건설사들이 미분양 물량이나 계약해지된 아파트를 할인 분양하면서 기존 정상가 계약자들과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과 집값이 떨어져 이자 갚기도 버거운 하우스푸어들이 눈물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삿짐 반입까지 막은 송도 롯데캐슬아파트가 단적인 예다.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이곳은 작년 11월 입주를 시작했으나 현재 전체 643가구 중 546가구만 입주해 입주율이 85% 선에 불과하다. 100가구 정도가 중간에 계약 해지되거나 입주를 못해 반년이 넘도록 '불 꺼진 집'으로 방치돼 있다.
입주가 원활하지 않자 시행사와 롯데건설은 취득세 혜택이 끝나기 직전인 지난달 중순 잔여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분양 마케팅을 벌였다. 일부 가격할인은 물론 발코니 무료확장까지 덤으로 얹어줬다. 전용 110㎡형 기준으로 분양가를 15% 정도 깎아준 셈이다.
하지만 기존 입주민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적잖은 물량을 할인분양하자 집값 자체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민 A씨는 "한 달 230만원의 이자를 견디다 못해 분양가보다 10% 싸게 집을 내놨는데 집 보러 오던 사람들 발길이 할인분양 후 완전히 끊겨 버렸다"며 "계약금 100만원까지 미리 받았는데도 도중에 계약이 틀어진 집도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발이 심해지자 지난달 26일 입주자대표와 시행사, 롯데건설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입주자들은 할인분양한 수십 채에 대해 계약을 해지하거나, 이것이 어렵다면 같은 할인 혜택을 기존 입주자들에게도 달라는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내놨다.
롯데건설은 어쩔 수 없이 추가 할인분양을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할인가로 계약한 물량은 해지하기 어렵다는 방침을 내놨다. 일방적으로 분양계약을 해지하면 계약자들이 소송을 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할인분양 대책협의체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 2일 후속 협의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데다 5일 새벽부터 할인분양으로 집을 산 이삿짐 차량이 한꺼번에 5대나 들어오는 등 롯데건설이 입주자들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분쟁이 인근 단지로도 확산될 조짐이다. 오는 10월 입주하는 송도지역 다른 C아파트에서도 입주 예정자들이 "시세가 분양가보다 수천만 원씩 떨어져 있는 상태라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벼르고 있다. 취득세 감면조치 종료로 이번주 전국 아파트가격이 14주 만에 보합세로 주저앉는 등 시장상황이 또다시 악화되고 수도권 미분양 물량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에 따라 중대형 등 특히 악성 미분양 물량이 많이 쌓여 있는 김포, 영종, 파주 등 수도권 지역에선 분양가 할인 갈등이 하반기 중 봇물처럼 터져나올 가능성이 있다. 사정은 딱하지만 입주민들 집단행동이 법적으로 보호받기는 힘든 상황이다. 잔여분 분양가 인하로 집값이 떨어졌다고 해도 이것만으론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201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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