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임 외 부품 판매 이윤 챙기려 범퍼 흠집 등 경미한 사고에도 통째로 부품 교체하도록 유도 정부가 정한 가이드라인 있지만 직접 만든 비공개 표준 사용 직영점마다 공임도 들쭉날쭉 "정비 품질 우수해 비싼 것" 해명
3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주차하다가 뒤범퍼에 작은 흠집을 내서 지난해 말 자동차 정비소를 찾았다. 자동차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정비소가 워낙 많아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직영하는 정비센터를 찾아갔다.
정비소 직원은 범퍼에 난 흠집을 보더니 교체해야 한다며 80만원 정도 수리비가 나올 듯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작은 흠집 하나 때문에 범퍼를 교체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에 그냥 색칠만 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가 "그럼 마트 가서 페인트 사다가 직접 칠하시라"는 답을 듣고는 당황해서 그냥 나왔다. A씨는 다음 날 직장 동료가 알려준 스마트폰 정비소 검색 앱으로 동네 정비소를 검색해 찾아갔고, 10만원 정도를 내고 말끔하게 범퍼를 고쳤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여성이나 고령자들이 자동차를 고치려고 자주 찾아가는 자동차 제조사의 직영 정비센터가 일반 업체에 비해 훨씬 비싼 수리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영 정비센터란 현대차의 블루핸즈, 기아차의 오토큐, GM대우 쉐보레 서비스센터 등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직원을 고용해 직접 운영하거나, 프렌차이즈 형태로 운영하는 정비업소를 말한다.
◇직영 센터 수리비, 동네 정비소의 1.5배
7일 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의 지난해 수리비 청구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직영 수리점의 수리비는 비(非)직영 정비소에 비해 최대 2.7배 수준의 수리비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티지(현대차)의 경우 직영 정비소의 수리비는 평균 119만4000원으로 일반 정비소(44만1000원)의 2.7배 수준에 달했다. 체어맨(쌍용차)은 직영 정비소 평균 수리비(144만5450원)가 일반 정비소(57만1628원)의 2.5배, 그랜저(현대차)는 1.8배(직영 323만4091원, 일반 178만9278원) 수준이었다. 모든 차종을 망라할 때, 직영 정비소의 평균 수리비는 일반 정비소의 1.5배 수준이었다.
직영 정비소의 수리비가 이처럼 훨씬 비싼 이유 중 하나는 경미한 사고에도 범퍼 등 부품을 통째로 교체하라고 유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은 자동차보험의 수리비 청구 시스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수리비는 크게 부품비와 공임(工賃)으로 구성된다. 사고를 내서 수리비를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하면 보험사가 정비소 등에 비용을 지불한다.
그런데 일반 정비소의 경우 보험사가 수리비 중 공임만 지급하고 부품비는 부품 대리점에 바로 주기 때문에 부품 판매에 따른 이윤은 정비소가 아닌 부품 대리점이 남긴다. 반면 직영 정비소의 경우 부품까지 직접 팔아 부품의 이윤과 공임을 모두 챙긴다. 부품 교체까지 해야 이윤을 더 남길 수 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부품을 통째로 바꾸라고 권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 직영 정비소의 부품 교체 비율은 국산차(제조사) 55%, 외제차(수입사) 67%로 일반 정비소(24%)보다 훨씬 높았다.
◇직영 정비소들, 공임도 들쑥날쑥
동네 정비소는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리비를 책정하는 반면, 직영 정비소는 이런 기준을 따르지 않는 점도 '바가지' 요금의 또 다른 요인이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수리비의 기준이 모호해 소비자 혼란이 초래된다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보험·정비 업계와 함께 수리 내역에 따른 적정한 수리 시간, 공임 등을 공표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발표된 '표준 수리 시간' 자료엔 기아차 K5의 앞범퍼 교체에 약 2시간이 소요되며, 적정 공임은 2만1553~2만4252원이라고 명시돼 있다. K5의 앞·뒤 범퍼 교체 시 공임은 4만3106~4만8504원이 적정하다고 정해두고 대부분의 정비소가 이 기준을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직영 정비소는 이 기준을 받아들이지 않고, 직접 만든 비공개 자체 표준을 사용하고 있다. 수리비가 어떤 기준으로 책정되는지 알기가 어렵다. 보험사들이 지난해 직영 정비소의 수리비 청구 내역을 분석했더니 K5의 앞범퍼 교체 공임으로 청구된 금액은 4만8400~11만500원, 뒤범퍼는 7만1500~9만8200원 등으로 들쑥날쑥이었다.
◇"표준화된 수리비 기준 만들어야"
직영 정비소들은 자신들의 정비 품질이 일반 정비소와 비교했을 때 우수하기 때문에 공임이 더 비싼 것이라고 해명한다. 현대차 직영 정비소 관계자는 "고객 휴게 시설뿐 아니라 수리 작업에 대한 보증이 2만㎞ 적용되는 등 추가 비용 요소들이 있다"며 "수리 품질 역시 회사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인 만큼 일반 정비소보다 확실하다"고 말했다. 다른 직영 정비소 관계자는 "수리비 기준은 회사 자체 체계를 따른다"며 "일반 정비소도 지역연합회 공임을 따르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통일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과도한 자동차 부품 교체로 자동차보험 지급액이 불어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범퍼 흠집 같은 경미 사고에 대해선 부품 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미 사고 수리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정비소 반발 등에 막혀 작업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김현윤 한국소비자원 자동차팀장은 "소비자들이 정비와 관련된 정보를 습득하기 어려워 가격 비교가 쉽지 않다"며 "어느 정도 수리비 가격을 표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정비 요금에 관해 연구 용역을 실시해 참고 기준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선비즈 2016.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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