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Life(삶)/-. 성공경영

한국의 슈퍼리치는? 금융자산 최소 100억

    부동산 100억이상·생활비 月2000만원

"최근에 주식에서 80억원을 잃었어. 별 수 있나, 한 2년 정도 놔두면 다시 원금 회복 되겠지."

크게 잃어도 돈을 길게 묻어둘 수 있는 65세 개인사업가 한 모씨, 그는 `부자(the Rich)`다. 지난 1분기 나라살림(통합재정수지)이 12조원 적자를 내고 실업률이 악화될 수 있다는 뉴스가 전해져도 그들의 체감경기는 `잠시 쉬어가는` 정도일 뿐이다. 국내외 경제가 회복과 정체의 기로에 선 2009년, 한국의 부자들은 과연 어느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투자에 관심이 있을까.

매일경제가 국내 대표 PB(프라이빗뱅커) 45명에게 문의한 결과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이 정의하는 거액 자산가(부자)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동산 20억원 이상을 가지고 △서울 강남에 위치한 165㎡(50평) 이상 아파트나 빌라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그 기준이 모아졌다. 월 생활비는 1000만원 정도, 승용차는 배기량 3000cc 이상에 주 2회 이상 골프를 즐기며 고급 호텔이나 피트니트센터에 멤버십을 갖고 있다. 현금 및 금융자산 10억원은 `백만장자`, 즉 100만달러를 가진 사람이라는 부자의 정의(?)와도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만나 본 실제 부자들은 PB들의 기준을 2~10배 이상 뛰어넘는 `그들만의 기준`을 갖고 있었다.

사업체와 주식으로 2500억원대 자산을 일군 A씨는 "타워팰리스(서울 도곡동)는 중산층보다 약간 잘 사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며 "독립적이고 조용하고 신변이 보장되는 거주지를 좋아한다"고 했다.

총자산 1000억원대 이상 자산가들 10명이 제시하는 부자의 금융자산은 최소 100억~200억원. 월 생활비가 2000만원 정도라는 대답이 많았는데 생활비를 전액 투자수익으로 감당하려면 약 100억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산 규모가 수천억원대라고 밝힌 B 씨는 "부자들은 특히 부동산 비중이 높은데 못해도 100억원은 된다"며 "돈이 어느 정도 이상이면 안전자산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부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PB들을 통해 조사한 투자 관심과 투자 대상과의 차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투자 대상은 부동산, 주식ㆍ펀드, 채권(회사채) 순이었지만 실제 투자는 확정금리형 고금리 회사채나 단기채에 이뤄지는 사례가 많았다. 요사이 부쩍 발행시장이 커진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에도 투자가 활발하다. 이어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국과 중국 주식시장이나 글로벌 경기 회복 수혜가 예상되는 유가ㆍ에너지ㆍ원자재펀드 등을 선호했다.

반면 부동산은 상가 등 주로 수익형 위주지만 실제로 과감하게 투자하는 부자는 아직 많지 않다.

김창수 하나은행 PB는 "부자들은 작년 하반기에 실수요 차원에서 골프회원권, 사치품 등을 저가로 매수했으며 향후 큰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보고 실물자산에 투자를 늘리려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PB들은 "경기 반등은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부동산 투자는 올 하반기가 적절하다"며 "지역별로는 중국, 업종별로 녹색산업 관련주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

 

 

요즘 슈퍼리치, 여기 투자한다
그들은 어디에 투자하나
고수익보다 절세…보수적인 스타일
부동산은 필수…40~50억대 빌딩에 눈독
BWㆍCB 투자…낙폭 큰 대형주 저가매수

`총자산 4000억원에 시가 50억원 상당의 서울 삼성동 주상복합아파트 70평대에 살면서 미국에도 200만달러에 달하는 고급 주택도 가지고 있다. 차량은 벤츠 S클래스. 돈을 버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여가도 중요하다.` 대한민국 0.001%는 누구인가. 그냥 부자도 아닌 초특급 부자는 확실한 `그들만의 세상`이 있다.

투자 역시 주식과 펀드ㆍ예금에 분산 투자했다가 시장이 출렁이면 덩달아 크나큰 고민에 빠지게 되는`개미형`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보수적이되 공격적인 이중성이 부자들의 투자기법이다. 장기적이지만 선제적인 동물적 본능이 부자의 기본 자질이다. 자산관리 전문가로 거액의 연봉을 받고 부자들의 자산관리를 돕는 은행이나 증권사의 PB(프라이빗뱅커)도 고액 자산가로부터는 투자 비법을 한 수 배운다.

한 대형 은행 PB는 "새로운 구조의 상품정보, 유망 투자처, 개별 기업의 호재성 이슈 등을 오히려 귀띔해 주는 부자가 많다"고 말했다.

부자는 이래서 부자

`투자패턴을 보면 부자가 보인다.`

부자들은 하루하루의 주가지수나 부동산 단기 등락에는 관심이 없다. 무작정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는 보수적 스타일이 부자들의 대세다. 고수익보다는 절세에 관심이 많은 이유다.

대우증권의 PB A씨는 "고액 자산가들은 고수익 이자도 꺼리고 절세에 특히 관심이 많다"며 "저평가ㆍ고배당 주식에 투자해 매매차익을 거둠으로써 실질적인 절세 효과를 거두는 방법을 권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분리과세용 물가연동 국채, 서울도시철도 채권 등도 절세를 위한 투자 팁이라고 한다. 단, 기회가 포착되면 무서울 만큼 빠르게 결단을 내린다. 손실이 나더라도 든든한 자산이 있기에 손절매보다는 반등을 노리는 경우도 많다. 일명 `거꾸로 투자`다. 일반인은 위기가 극에 달하면 보유자산을 처분하는 데 반해 부자들은 바닥을 찍고 회복 조짐을 보일 때 투자에 나선다. 국민은행의 PB B씨는 "부자들은 손절매 시기를 놓쳤을 때 펀드를 장기 보유하지만 일반 고객은 손절매 시기를 놓치고 두 번째 위기가 닥쳤을 때 투매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선견지명은 이들의 주무기다. 남들은 모두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는데 부자는 경기회복기를 예상하고 벌써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한 상품을 사들인다. 원자재, 금펀드, 곡물펀드 등 실물에 투자하는 식이다. 최근엔 디플레이션보다 다가올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하나은행의 PB C씨는 "작년 말 모든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지자 일반인들은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투자를 미뤘으나 부자들은 부동산, 골프회원권, 사치품 등을 저가 매수하는 기회로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부자들의 원칙은 부러질지언정 흔들리지 않는다. `주관`을 갖는 데 "기대수익과 요구수익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말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절세와 함께 증여나 상속은 고액 자산가들에게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5월 부자들의 투자처는 여기

최근 부자들을 사로잡은 투자 대상은 외화표시채권 등 고금리 회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이다.

대형 증권사 자산관리센터의 D팀장은 "고금리 회사채보다는 과표가 상대적으로 적게 잡히는 CB나 BW를 활용하는 편"이라며 "주식시장에선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낙폭이 큰 대형주 위주로 저가 매수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본격적이진 않지만 부동산시장으로도 자금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국민은행 PB E씨는 "작년 말 고금리 은행예금에 몰렸던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이 올해 초에는 후순위채를 포함한 고금리 회사채에 몰렸다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으로 다시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한 해 국내 증시를 풍미했던 브릭스펀드와 최근 부쩍 몸값이 오른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공모주 등도 부자들의 포트폴리오 한편을 차지하는 상품이다.

부동산 투자는 이들에겐 선택이 아닌 필수다. 부동산시장이 추가로 무너질지 반등할지 전망은 엇갈리지만 부자들은 조심스럽게 부동산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PB F씨는 "강남권 아파트보다는 40억~50억원대 중소형 빌딩에 관심을 표시하는 부자가 많다"고 말했다.

---------------------------------------------------------------------

 

그들은 어떤 삶을 원하나
건강ㆍ자녀교육등에 큰 돈 쏟아붓고 정신적인 풍요로움에서 성취감 느껴
독립성과 안전성 보장되는 주거지 선호

 


드라마나 소설에서 접하는 부자는 어느 정도 정형화된 이미지를 갖는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이 제시하는 부자의 기준을 훨씬 넘어서는 `진짜 부자`들의 생활은 돈(money)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그들은 고수익을 쫓기보다 현재의 재산을 유지하는 보수적인 투자를 선호하며 정신적인 풍요로움에서 성취감을 찾는다.

주요 관심사는 만인의 관심거리인 건강, 안위, 자녀교육이다. 여기에 남들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출한다는 것이 작지만 큰 차이다.

2000억원대 자산을 일군 A씨는 다짜고짜 "강남보다 산꼭대기나 그린벨트 지역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독립성과 안전성이 보장되는 곳이야말로 부자들을 위한 최고의 주거지역이라는 얘긴데 "예전엔 방배동, 논현동이라면 지금은 한남동 정도"라고 전했다. 최근 부자들 사이에서 번지는 거주 트렌드는 `한 층에 한 채`만 있는 집이다.

`훌륭한 커뮤니티`를 위해 일반 홍보를 삼가고 대신 알음알음으로 연결된다.

기업체 대표인 B씨는 "대단지는 질색이고 진짜 부자들은 여전히 사대문 안에 산다"며 "압구정동, 청담동 등은 신세대 자수성가형이 선호하는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부자들은 `이너서클`에서만 활동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얼굴을 잘 안 드러내는 식이다.

한 50대 사업가는 "인맥관리를 위해 점심, 저녁에 회원들을 만나지만 일반이 참석하는 조찬간담회에는 꼭 필요한 곳만 간다"고 말했다. 이유를 물으니 "조찬자리는 기업 CEO나 고위 관료들이 부족한 정보를 얻으러 가는 곳이라 별 영양가가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돈 벌기에 혈안이 돼 있을 것 같지만 전통적인 부자들이나 현금 및 금융자산이 1000억원을 넘어서는 슈퍼리치(Super Rich)들은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에는 큰 관심이 없다.

"요즘에 돈 벌어 부자가 된 사람이야 투자에 열을 올리겠지만 (우리는)오히려 안전자산에 대한 맹신 같은 것이 있어서 부동산을 좋아해요."

자산이 3000억원대에 달하는 70대 자산가의 말이다.

한 달 생활비가 2000만원 정도인 C씨는 "금융자산이 100억원 정도면 이자 등 금융소득으로 생활비가 나온다"며 "돈 들어가는 것은 자녀교육비와 부인의 지출 정도"라고 했다.

실제 취재로 만난 40ㆍ50대 부자들은 자녀의 교육비(1명)에 400만~500만원 정도를 쓰고 있었다.

부자들은 자녀교육 못지않게 건강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수천억 원대 자산가라고 밝힌 강남의 모 성형외과 의사는 "매일 운동하고 하루 세 끼를 영양식으로 챙겨 먹는다"고 강조했다. 해외여행 시 반드시 1등석을 탄다. 이코노미석보다 3~4배는 비싸지만 "돈보다 몸을 아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D씨도 "집사람에게 좋은 피부관리를 받게 하는 것이 좋은 옷 사주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며 "그래서인지 60대 아내가 40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뿌듯해했다.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어서일까. 부자들은 정신적인 풍요로움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경향이 강했다. 종교활동, 후원활동, 사회봉사활동 등에 관심이 크고 실제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산악회를 후원하는 E화재보험 회장, 소외계층을 돕는 F증권사 회장 등도 같은 맥락이다.

"그 좋아하던 골프도 이젠 재미가 없어요. 무언가를 배우고 독서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게 가장 큰 기쁨이에요. 여지껏 돈 버는 데 정신을 쏟느라 타인을 살필 겨를이 없었는데 최근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가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요."

 

 

■ 협조해주신 PB들(45명)

△우리은행 강희승, 권태혁, 이인호, 정병민, 하범수 △하나은행 김영훈, 김유정, 김창수, 김현규, 박승주, 유보영, 정상용, 조상래 △신한은행 김동균, 나진숙, 송민우, 송재원, 오경주, 전찬옥, 조미옥, 조인호 △국민은행 김민규, 김상도, 김진기, 정성진, 조영욱 △씨티은행 박철홍, 박태형, 황경일 △굿모닝신한증권 이윤진, 박상현 △대우증권 이성은, 오왕준 △동양종금증권 송준훈, 채영곤 △삼성증권 유태우 △우리투자증권 김재훈, 전혜원, 성현정, 김대희, 이경숙, 조수경 △한국투자증권 이환희, 윤태경, 심동규

 

매일경제  2009.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