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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窓)/-. 아름다운 世上

탤런트 고두심씨, 28일 불우이웃에 전달

 
12만명이 한 줌 두 줌‘나눔 쌀’2800섬 모아

 

“제주도 내 10만여 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한줌 두줌 쌀을 모아 등교 때마다 모았어요. 지난 두 달 동안 온 섬에 난리가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예요.”
제주도 출신 탤런트 고두심(사진)씨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나눔 쌀 천섬 쌓기’행사를 개최한다. 28일 오후 5시 제주시 관덕정 광장에서 펼쳐지는 이 행사에서는 섬 안팎에서 12만여 명이 모은 2800가마니 분량의 쌀부대를 산처럼 쌓는 장관이 연출된다. 커다란 가마솥을 걸고 팥죽을 쑤어 부자와 가난한 이, 어른과 아이, 그리고 제주도민과 뭍의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나눠먹는 따뜻한 풍경도 펼쳐진다.

‘(사)김만덕기념사업회’공동대표로 이 행사를 벌여온 고씨는 ‘나눔 쌀 천 섬 쌓기’사업에 불을 당긴 주인공이다. 고향에서‘제주의 딸’로 사랑을 받고 있는 고씨가 참여하면서 이 사업에 가속도가 붙었다. 제주도민뿐 아니라 전국 각지와 재일동포까지 힘을 보태 12만 여명이 당초 목표액의 3배나 되는 2800섬을 모았다.

“의녀 김만덕 할머니를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이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다고 화제가 됐지만, 정작 우리 역사에는 이미 200여 년 전 나눔과 베품 정신을 실천한 선조가 있었어요.”
 
고씨는 올 1월부터 전국 8개 시도를 돌며 연극 ‘친정엄마’를 공연하느라 목이 잠겼다면서도 김만덕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에 생기를 띠며 그녀를 소개하기에 바빴다.

김만덕(1739~1812)은 조선 정조 때 극심한 흉년이 들자 사재 1000금을 털어 쌀 500섬을 구입해 제주도민을 죽음의 문턱에서 살려낸 의녀다. 정조는 김만덕의 선행을 높이 사 ‘의녀반수(醫女班首)’라는 벼슬을 내렸으며 육지로 나갈 수 없는 당시 국법에 예외 규정을 둬 금강산 구경을 허락하기도 했다. 이에 도민들은 제주도 모충사에 탑을 쌓고 의녀 김만덕을 기렸으며 영의정 채제공, 실학자 정약용도 그녀의 은덕을 기리는 글들을 남겼다.

고씨는 “학생과 젊은이들에게 기부문화와 공동체 정신을 교육하는 데 김만덕 할머니 만한 인물이 없다”며 “교과서에 수록하고 새로 만들어지는 고액권 화폐의 인물로도 선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씨와 김만덕 할머니와의 인연은 또 있다. 데뷔 6년 째 되던 1978년, MBC 드라마 ‘정화’에서 주인공 김만덕 역을 맡았던 것이다.

그녀는 “당시엔 그냥 훌륭한 분이구나 생각했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그 분을 닮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때문일까. 고씨가 고향땅 제주에 베푼 선행도 만만치 않다. 연기생활 30년이 되던 5년 전엔 도보로 제주도를 한 바퀴 누비며 1억여원의 성금을 모아 제주도 예총회관 건립에 힘을 보탰다. 이달 초 제주에서 가진 연극 공연의 출연금으로 받은 4000만원 중 절반은 이번 행사에, 절반은 제주대학 아트홀 건립을 위해 쾌척했다.

“차량 40대가 제주도 동서남북으로 사랑의 쌀을 싣고 어려운 이웃을 찾아갑니다. 생각만으로도 즐겁고 기쁘지 않습니까.”
 
행사 당일 제주 갈옷에 행주치마를 두르고 김만덕 할머니 역할을 할 것이라는 고씨는 “뚝뚝하면서도 속깊은 제주의 인심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중앙일보 2007.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