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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2002년까지는 사법시험 합격자를 1200여 명 수준으로 맞췄으나, 점차 늘려 2010년부터는 매년 3000명을 합격시킬 계획이다. 일본 법무성 오즈 히로시 차관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정부과천청사에서 강연을 갖고 “일본에서도 2004년 로스쿨 도입을 앞두고 법조인이 많이 배출되면 질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수가 너무 적으면 로스쿨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중국도 매년 자격시험을 통해 약 3만~4만명의 법조인을 배출하고 있다. 현재 매년 불과 1000명이 배출되는 한국의 변호사는 실력으로 대결하기 전에 숫자에서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셈이다. 동북아시아에서 법률서비스 경쟁이 벌어지면 한국은 경쟁국들에 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2009년 3월 문을 여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총 입학정원을 1500명으로 하겠다고 밝힌 뒤 국회와 학계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식 제도인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총 입학정원을 통제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건국대 김영철 법대 학장은 24일 “로스쿨 제도의 성공 여부는 어떻게 교육을 하느냐보다는 얼마나 많은 변호사가 배출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연세대를 방문한 마크 라이튼 미국 워싱턴대 총장은 “로스쿨 총 정원을 제한하면 경쟁과 자율은 저해될 것”이라며, 정원 제한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총 정원 규제하는 나라는 단 세 곳
법조인의 총 정원을 규제하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 대만 세 나라뿐이다. 이들 나라는 아무리 응시자들의 성적이 좋아도 변호사 정원을 정해 놓고 합격시킨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일정 점수만 넘으면 누구든 변호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이 변호사 수에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것은 바로 이 정원 규제 때문이다.
정원 규제는 전문성, 다양성,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없게 만든다. 우선 로스쿨 제도는 법이 아닌 다른 전공을 학부에서 배운 학생이 로스쿨에 들어옴으로써,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법조인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숫자가 적어서는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국내 변호사는 아직까지 대부분 소송업무만 맡고 있다. 법원과 지검이 있는 지역에만 변호사 사무실이 몰리다 보니, 변호사가 단 한 명도 없는 시·군·구가 전체의 53%나 된다. 사실상 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로스쿨을 통해서도 현재와 비슷한 수의 변호사가 배출된다면 이 상황은 본질적으로 달라질 이유가 없다.
◆지금은 변호사 업무에 다양성 없어
법원 주변을 떠나지 않아도 수익이 보장되다 보니 한국의 경우 재계, 행정부,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는 변호사의 숫자는 약 300명으로 전체 변호사의 3%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가장 많은 비율의 변호사가 제조업 등 일반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통하는 변호사를 배출하기 위해서도 로스쿨 제도는 활성화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살았던 사람은 국내의 형법과 민법 위주의 사법시험을 통과하기 힘들다. 반대로 로스쿨에서는 외국어로 강의가 진행될 뿐 아니라 외국의 경험이 전문성 양성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이런 사람들이 더욱 유리하다.
1990년대 초반 우리 국방부가 미국 록히드마틴사로부터 P-3C 해상초계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당한’ 사례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중개업체인 ㈜대우와 록히드마틴사가 이면(裏面)계약을 체결했고, 록히드마틴사가 2500만달러의 부당이득을 취했던 사실이 1993년 감사원 특감과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국방부는 1996년 록히드마틴사를 국제상사중재원에 제소했으나 1998년 결국 패소했다. 국제법과 협상에 밝은 국제 전문 변호사가 우리 쪽에 없었던 이유가 컸다.
◆“OECD 평균에 맞추려면 로스쿨 정원 최소 3400명 되어야”
정부는 ‘2009년 1500명, 2012년 2000명’의 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발표하면서 2021년에 변호사, 판사, 검사를 합친 법조인 수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인력을 양산해 국민에 대한 법률 서비스 수준을 높인다는 애초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와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정부 말대로 2020년 즈음에 OECD 평균 수준까지 가려면, 변호사는 2500명이 나와야 하고, 로스쿨 정원은 최소 3400명은 돼야 한다”며 “여기에 기업 등 다양한 직업 영역에 변호사가 진출하는 것까지 기대하려면 로스쿨 총 입학정원은 4000명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2007년 10월 25일 (목) 02:49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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