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희(여·35·서울 서초구 잠원동)씨는 지난달 5살짜리 딸의 생일 선물로 아동용 귀금속(베이비 주얼리)을 사기 위해 서울 강남의 S백화점을 찾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최근 유행하는 어린이용 목걸이의 가격이 무려 99만원이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요즘 베이비 주얼리가 자주 눈에 띄기에 딸에게도 선물하고 싶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돈 없는 부모들은 속만 썩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200만원 넘는 베이비 주얼리 =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고가의 ‘베이비 주얼리’가 어린이들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명품 브랜드에서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200만원이 넘는 고가의 ‘베이비 주얼리’까지 내놓고 있어 과시적 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명품 귀금속 브랜드인 ‘쇼메’에서는 지난 2006년 ‘럭키 참’이라는 베이비 주얼리 브랜드를 내놓고 다이아몬드가 박힌 229만원짜리 펜던트 목걸이를 판매하고 있다. ‘까르띠에’서도 베이비 주얼리 상품으로 200만원짜리 목걸이 펜던트와 80만원짜리 팔찌 펜던트를 내놓았다. ‘티파니’에서는 30만5000원짜리 은딸랑이와 33만5000원짜리 어린이용 은수저세트를 판매하고 있고, ‘반 클리프 아펠’에서는 100만원짜리 목걸이인 ‘스위트 알함브라’를 내놓았다. 또한 국내 베이비 주얼리 전문점인 ‘라니아’에서는 구름하트 목걸이를 122만9000원에, 천사 모양의 펜던트가 달린 엔젤밴드 목걸이를 68만2000원에 판매 중이다.
◆베이비 주얼리 구입 위해 계모임하기도 = 고가의 베이비 주얼리가 유행하다보니 일부 부모들은 이를 위해 계모임이나 공동구매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모(여·41·서울 강남구 논현동)씨는 같은 유치원을 다니는 부모들끼리 계모임을 만들어 지난주에 120만원짜리 큐빅 목걸이를 6살짜리 딸에게 사주었다. 이씨는 “요즘 베이비 주얼리는 어른들 귀금속만큼 비싸 계모임까지 했다”면서도 “늦게 얻은 외동딸이라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장재명 미솔주얼리 대표는 “베이비 주얼리를 찾는 부모들이 꾸준해 금값 인상 등 경기를 타는 다른 귀금속에 비해 베이비 주얼리는 일정수요가 확보된다”면서 “특히 30대 초반의 엄마들이 공동구매를 하거나 계를 만들어 사간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난도 서울대 소비학과 교수는 “소비주의가 점점 심해지면서 비싼 걸 사줄수록 아이를 더 사랑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부모의 소비열망을 ‘나를 위한 게 아니라 사랑하는 아이를 위한 거다’는 식으로 자기 합리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부모들의 허영심이 만들어낸 왜곡된 소비 문화가 아이들에게 고가의 명품만을 찾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2008년 2월 15일 (금) 14:32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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