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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窓)/-. 혼란한 世上

네살배기도 월 80만원짜리 영어수업

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영어 몰입 교육, 영어능력 평가 시험 도입, 초등 1·2학년으로의 조기 영어교육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새정부의 로드맵이 영어 조기교육 연령을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의 한 유아 전문 어학 학원. 일반적으로 '영어 유치원'으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13일 4세부터 7세 사이의 유아 10여명이 'Winter life(겨울 생활)'라는 주제로 영어 대화가 한창이었다. 원어민 교사가 전담하는 영어몰입수업을 원하는 학부모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같은 '영어 유치원'은 월 50만∼8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교육비에도 불구하고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 학원 원장 정모씨는 "경기침체에 따라 한동안 주춤했으나 최근 영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다시 원생이 늘고 있다"면서 "영어몰입교육이 대세라면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4∼6세에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학원의 지역 진출도 눈에 띈다. 서울에 본사를 둔 P, M, S 등의 학원은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성구 지역에만 7∼8개, 대구 전역에 10∼20개의 브랜치를 개설했다.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수준높은 교육서비스를 자랑하는 이들 학원은 대구지역토종 브랜드 어학원보다 10∼20% 비싼 교육비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 '영어유치원'으로 원생 유출이 이어지자 아예 부설 어학원을 차리는 유치원도 있다. 수성구 지역의 경우 최근 1∼2년새 부설 어학원을 차린 유치원이 서너곳에 이른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영어 강좌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영어로 수업하는 발레교실' '영어로 배우는 뮤지컬' 등의 강좌를 개설했으며 부모를 위한 '영어독서지도사 과정' 등을 올 봄학기를 겨냥해 선보이고 있다.

대백프라자 문화센터 박진홍 과장은 "백화점 문화센터 프로그램의 특성상 정통 어학교육보다는 놀이와 취미를 영어와 연결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다"면서 "이제는 무엇을 해도 영어를 '끼고'해야 장사가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유아관련 교육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유아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데도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학원 시장이 들썩이는 것은 영어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심리적 부담감이 큰 영향을 미친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구시 외국어교육협의회 조준영 회장은 "영어교육 시작 시기가 앞당겨지고 학교 영어교육도 강화된다니까 학부모들의 걱정이 적지 않다"면서 "하지만 단지 '영어 맛만 들인다'는 식의 프로그램 운영은 영어습득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2월 14일 (목) 09:30  국민일보 쿠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