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창전동 김모(여·45)씨 일가족 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번 사건을 전 프로야구 선수 이호성(41)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냈다.
경찰 관계자는 12일 "범행에 이용된 김씨의 SM5차량에서 15개의 지문이 발견됐으며 이중 생수통에서 발견된 지문이 이씨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나머지 지문들은 김씨나 김씨 가족, 세차장 직원 등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초 다른 인물로 추정됐던 20일 주차장 폐쇄회로(CC)TV 화면에 찍힌 인물도 이씨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여러 가지 증거와 정황을 조사한 결과 이씨 단독범행인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방과 차량 등이 깔끔히 정리돼 차량에서는 지문이 확보되지 못했지만 미처 치우지 못한 생수통에서 이씨의 지문이 확인됐다"며 "매우 치밀하게 범행 사실을 덮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이씨가 범죄 직후 만난 채권자나 내연녀 등이 전혀 범행 사실을 알지 못했던데다 이씨가 사건 전후 다른 인물과 접촉한 흔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씨의 범행 전후 행적도 자세히 드러나고 있다. 이씨는 사건 당일인 18일 오전 10시쯤 한 여행사에 파라과이행 항공편을 문의했다. 이후 오전 11시~낮 12시 사이 김씨와 마포구 창전동 일대 5개 은행을 돌며 1억7000만원을 모두 인출했다.
범행 직후인 지난달 19일에는 광주에서 누나 친구인 보험설계사 이모(여·47)씨를 만나 통장에 입금해 달라며 현금 5000만원을 건네고 차명 휴대전화 개설을 부탁했다. 이후 8일에는 5000만원이 든 통장과 소지품이 든 가방 3개, 가족에게 쓴 편지 등을 전달했다. 자살 전날인 9일 자정에는 경기 일산 마두역에서 내연녀인 차모씨를 만나 스위스힐튼호텔과 서울 종로구 낙원동 여관 등을 돌아다녔다. 오후 9시쯤 압구정동 한강공원으로 이동한 이씨는 혼자 소주 2병을 마신 뒤 차씨에게 "그동안 행복했고 사랑했다. 이만 헤어지자"며 차씨를 11시쯤 귀가시켰다. 이후 자정쯤 차씨와 통화를 한 뒤 다음날 익사체로 떠올랐다.
한편 경찰은 지난 2005년 이씨와 동업 중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조모(당시 36세)씨의 행방을 찾기 위한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관계자는 12일 "조씨가 2005년 8월3일 밤부터 연락이 끊겼다는 가족들의 신고에 따라 1년 동안 조사를 벌였으나 '채무 관련 잠적'으로 판단하고 중단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이씨의 이번 범행을 계기로 3년 전 조씨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씨 가족을 상대로 실종 당시의 정황을 조사하는 한편 김씨 일가족이 암매장됐던 전남 화순군 동면 일대를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문화일보 200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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