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교육청마다 전담교사·교재도 없이 강행
ㆍ지자체도 수천억짜리 영어마을 경쟁
전교조 제주지부 소속의 한 교사가 제주도교육청 정문에서
영어 공교육 강화대책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제공 | 제주의소리>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각 지자체와 교육청마다 ‘영어교육 강화’와 ‘영어도시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전담교사나 교육안조차 없이 강행되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학부모들은 유치원부터 영어학원을 보내게 됐다며 사교육비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 학교마다 혼선 = 제주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이번 학기부터 초등학교 1·2학년 영어수업을 실시키로 했다. 그러나 개학과 함께 학교에 출근한 교사들은 교안이나 교재조차 구경하지 못했다. 오는 25일쯤에야 교재가 배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영어수업은 재량시간에 진행될 예정이지만 이 경우 영어 전담교사가 아닌 담임교사가 맡아야 하기 때문에 수업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교사들은 지적하고 있다.
영어수업 때문에 인성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 초등교사 ㄱ씨(42)는 “재량시간 2시간 중 1시간은 컴퓨터교육이 의무화돼 있다”며 “나머지 1시간으로 환경·성·안전교육 등을 실시해야 하는데 영어로 전부 채워버리면 교육과정이 파행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치원생 아들을 두고 있는 주부 현모씨(31)는 “1학년부터 영어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영어학원을 알아보고 있다”며 “국어도 제대로 못하는데 굳이 영어를 가르쳐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초등 1·2학년 영어수업 도입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경북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주 1시간 이상 영어수업을 영어로 진행키로 했다. 충남도교육청도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 비율을 올해 안에 60%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무리한 수업 때문에 영어교육의 양극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북 영천시에서 영어 전담교사를 하고 있는 홍모씨는 “지난 방학동안 11일간 영어 전담교사 연수를 받았지만 원어민과 직접 대화를 해 본 것은 고작 9시간에 불과해 교사들조차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무리한 영어사업 앞장 =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은 2020년까지 ‘영어도시’를 만들기로 하고 3000억원을 들여 영어마을·영어상용거리 등 100개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인천시도 ‘영어가 자유로운 도시’ 만들기에 나서 2014년까지 24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서울 노원구는 영어교육 환경 조성 명목으로 5년간 1000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그러나 사업 내용 중 상당수는 타당성이 떨어져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산시는 타 시·도에서 적자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영어마을 사업을 강행키로 했다. 이미 수십여 개가 난립하고 있는 영어교육전용 사이트도 만들기로 했다. 특히 주민들은 올해부터 ‘영어 100문장 외우기 운동’에 참가해야 한다.
인천 서구가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간 시범 운영한 영어가게(English only Shop)도 실패로 끝났다. 영어가게에는 원어민 1명과 자원봉사자 1명이 배치됐으나 영어 사용으로 음식 주문 등이 지연되면서 매출까지 떨어지자 사업자들이 영어가게 운영 연장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우리말살리기겨레모임 등 한글문화단체는 “지자체들이 수많은 예산을 들여 영어도시 만들기에 나서는 것은 예산 낭비뿐 아니라 지나친 영어 섬기기 계획”이고 주장했다.
2008년 3월 5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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