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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형 고시텔로 새 주거 시장 개척

 

'칙칙하고 좁은 쪽방'과 '화재 잦은 곳'으로 인식되던 '고시원'이 환골탈태하고 있다. 한 사람이 누울까 말까 한 작은 방은 샤워 부스까지 빌트인 된 아늑한 공간으로 바뀌고 고시원의 위치도 교통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역세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고시원 인프라의 변화에 발맞춰 '트레이닝복' 패션의 대명사인 고시원 고객(입실자)들도 전문직과 비즈니스맨 등 고수익층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마디로 요즘 '핫'한 고시원에는 '진짜 고시생'이 없다.

3년간 5개점 오픈 · 입실률 90% 이상

 

"요즘은 '고시원'이란 명칭 자체를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칙칙하고 위험하다는 과거의 이미지 때문이죠. 대신 '고시텔' 또는 '원룸텔'과 같이 '텔'을 붙이고 있어요. 고시원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3여 년 전부터 붐을 일고 있는 고급형 고시원은 입실자의 대다수가 직장인 또는 학생들입니다. 이제 고시원은 1인 거주자를 위한 새로운 주거 시장이라고 할 수 있죠."

1인 가구, 즉 '싱글족'을 위한 고급형 고시원인 '모모 레지던스' 김형동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호텔의 장기 투숙자들을 위한 거주 공간인 '레지던스'를 고시원 이름으로 사용했다. '모모 레지던스'는 2007년 9월 경기도 일산 장흥동에서 1호점을 낸 후 3년 간 영등포 당산점, 부천 엽곡점, 인천 계산점, 일산 장항점 등 4개의 가맹점을 오픈했다. 각 방의 크기는 차이가 있지만 방 수로 따지면 43개부터 103개까지 '모모 레지던스'는 고급형 고시원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이다.

인천 장항점은 가장 최근에 오픈한 가맹점으로, 기자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파랑색·초록색·노랑색 등의 산뜻한 실내 페인트 색상부터 눈에 들어왔다. 쾌적한 실내 인테리어가 종전 고시원에 대한 선입견을 무너뜨렸다.

"건축업을 하며 빌라 등 주택도 지어서 분양해 봤고, 경정비 업체도 운영해 봤는데 모든 사업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경정비 회사를 운영할 때는 직원이 9명이었는데, 인건비에 4대 보험까지 부담이 컸었죠.

카센터도 잠시 운영했었는데 그 당시 사장으로서 챙기는 수입이 팀장 한 명 월급과 별반 차이가 없었어요. 물론 팀장 월급보다는 많았지만 사장은 투자자이기도 하잖습니까.(웃음) 그때 본격적으로 업종 전환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기본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나이 들어서까지 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지인이 분당에 있는 한 고급형 고시원을 찾아가 보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됐죠. 그곳에 한 시간 정도 앉아 대체 어떤 사람들이 고시원에 사는지 지켜봤는데 의외로 전문직이 많더라고요. 학생과 전문직 종사자 등 젊은 고객들을 상대로 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고시원에 대한 거부감이 커서였을까. 3년 전 7억 원을 들여 일산에서 제일 큰 고시원을 개원한다고 했을 때 김 대표는 형제들에게 '미친놈' 소리까지 들어야했다. 가진 돈 다 털어 왜 하필 고시원이냐는 것이 가족들의 우려였던 것.

쪽방같이 취급되던 고시원에서는 왜 그리 화재도 자주 나던지 주변 사람들은 "불이라도 나면 어쩔 것이냐"는 걱정에 그를 뜯어말렸다. 하지만 그는 '창대한' 도전을 했다. 일단 규모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오피스텔 한 층을 모두 렌트해 990㎡(300여 평) 규모, 103개실을 만들었다. 젊고 쾌적한 분위기를 위해 비비드한 컬러로 '존(zone:구역)'을 나눈 것도 그의 아이디어. 남성 입실자들은 블루존, 여성 입실자들은 레드 존에 입실하도록 하고, 공동으로 쓰는 주방도 남녀별로 따로 두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물론 언론 보도로 지인들의 우려를 일으켰던 화재 예방을 위해 방연 벽재와 스프링클러는 물론 인테리어 자재 선정에서부터 종전의 고시원보다 업그레이드했다. 또 CC-TV를 설치해 고시원의 시큐리티도 한층 강화했다.

"처음 보름간은 103개 방이 모두 비어 있었어요. 있는 돈은 다 쏟아 부었죠, 속이 타서 밤잠을 설쳤을 정도였죠. 그런데 보름쯤 지나 3명이 계약하더니 한 달 만에 50개의 방이 다 나가는 겁니다. 3개월 만에 90개를 채웠고요.

그때 '이거 괜찮은 사업이구나'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지금은 직영하는 일산 장항점을 포함해 5개 모두 평균 입실률이 90%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방 수 50개, 입실률 90%로 잡으면 월매출 1500만 원 정도로 퇴직한 50~60대 분들에게 반응이 좋아요. 초기 자본금은 3억~4억 원 선인데 인건비 등 기본 비용 부담이 적어 오래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죠."

"싱글족 위한 '新문화' 만들겠다"
모모 레지던스의 입실비는 보증금 없이 월 30만~45만 원 선(공과금 포함). 보통의 고시원은 18만~20만 원 선이다. 방의 크기는 5㎡(1.5평)부터 시작되는데 방의 크기와 상관없이 화장실을 겸한 샤워 부스와 침대·옷장·TV 등이 빌트인 되어 있다.

1인 3식 밥과 기본 찬을 제공하며 가맹점에 따라 1주일에 두 차례 정도 가맹점주들이 별식을 직접 만들어 제공하기도 한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PC실과 함께 게시판 운영을 통해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한다.

3년 전만 해도 '모모 레지던스'는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이후 고급형 고시원 시장이 붐을 이루며 '모모 레지던스'를 벤치마킹한 경쟁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에 따라 김 대표의 고민도 늘어났다.

'모모 레지던스'를 1인 주거 공간으로 '브랜딩'하기 위한 다방면에서의 노력을 기울이며 고시원 사업에 올인했다. 2009년 9월에 오픈한 '고시원 119(www.gosi119.co.kr)'란 1인 거주자들을 위한 포털 사이트도 그 일환이다.

개인별로 적합한 고시원 찾기(지역·월세·타입별)에서 지역 상권과 연계한 할인 행사, 블로그 운용을 통한 고시원 정보 제공, 젊은 입실자들에게 필요한 재테크 정보에서 건강 정보까지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고시원 119' 사이트의 'VIP 클럽'은 고시원 입실자는 물론 비단 모모 레지던스가 아닌 기타 브랜드의 고시원을 운영하는 업주들을 위한 '일거양득' 콘텐츠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는 싱글족들의 라이프스타일이랄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 분야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고시텔 입실자의 90% 정도가 젊은 직장인이나 학생, 그리고 비정규직 전문직 종사자들입니다. 인터넷 세대라고 할 수 있죠. '고시원 119'는 전국의 고시원 광고 마케팅도 하는 공간이지만 고시텔의 고객인 1인 가구 싱글족을 위한 새로운 문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싱글족들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에게 맞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어요. 고시원이 들어선 지역의 주변 세탁소, 식당들과 연계해 입실자들에게는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고시원 측은 연계 업소에 고시원 광고 포스터를 붙임으로써 직접적인 오프라인 광고 효과를 볼 수 있어 '윈-윈'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VIP 클럽'의 효용성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데 있다. 더욱이 50~60대 은퇴자들이 고시원 업주의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업주들의 '가려운' 곳인 온라인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위임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김 대표는 온라인 마케팅이 취약점인 고시원 업주(VIP 클럽 멤버)들을 위한 오프라인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는데, 그를 통해 효과적인 온라인 마케팅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고시원(텔)은 한국의 사회적 변화 추세를 감안할 때 충분히 경쟁력 있는 사업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일본에 있는 지인에게 사전 조사 차 물어봤는데, 일본은 우리나라 고시원과 같은 1인 거주자를 위한 미니룸이 이미 정착한 사회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도 고시원이 준주택으로 분류돼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시텔은 단순히 1인 주거 공간이 아니라 싱글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문화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주거 시장을 이해하고 충분히 분석해 자신만의 전략을 가지고 준비한다면 충분히 전망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됩니다."

 

 

한경비즈니스   2011.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