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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삶)/-. 어머님 추모방

95세 생신을 맞으신 울 엄니(2009.02.21 / 정월 스무이레)

 

 

 95세 생신날(2009.02.21)

 

울 엄니는 1915년 음력 정월스무이렛날 현재는 마을이 대청호로 수몰이 된 충청북도 보은군 회남면에서 태어나셨다.

 

 약 1년전 막내손주와 함께(2008.03.23)

 

지금은 서울시 관악구 낙성대동에서 막내아들인 나와 막내손주의 재롱속에  살고 계신다.

 

 

어머니는  20여년전부터 복용해온 혈압약을 매일 복용하시는 것 외에는 아직까지는 특별히 편찮으신데는 없으신것 같다.

 

15년전 오른쪽 눈을 백내장 수술 하신후 5년전 왼쪽 눈도 백내장 수술을 해 드렸는데 시신경이 노화되어 수술을 했어도 큰 효과는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치아는 하나도 없어 3년전에 틀니를 다시 해드렸지만 불편하시다고 사용하지 않으신다.

그러기에 식사때 반찬거리 등이 늘 신경이 쓰인다.

 

치아가 없어 부드러운 반찬을 준비해야 하는데 가장 좋아하시는 반찬은 역시 집에서 당신께서 손수 직접 콩을 삶아 띄우시어 두부와 호박 등을 넣어 끊인 청국장이지만 김자반과 소불고기, 소뼈다귀를 푹 다린 사골국물도 잘 드신다.

 

그리고 귀는 어두워 20여년전부터 보청기를 사용하고 계시지만 잘 알아듣지 못하시기에 여러번 혹은 크게 말씀드려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당연히 감수해야만 할 우리들 미래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요즘 같은 추운 겨울철이나 환절기에는 감기에 걸리지 않으실까 늘 노심초사를 한다.

저녁에는 주무시는 방이 건조할까봐 수건을 물에 적셔 걸어 놓기고 하고 매트의 온도를 조절하여 춥지 않게 봐 드리지만 연로하신지라 감기등으로 한번 고생하면 오래 가고 기력도 많이 쇠해 지신다.

 

그러므로 밖에는 거의 나가시지 않고 아침식사가 끝나면 혈압약을 복용 하시고, 커피한잔을 마시는 것으로 일과가 시작되는데 일과라야 혼자 민화투를 치시고 TV를 보거나 낮잠을 주무시고 간혹 밖을 내다 보는 일인데 요즘들어 글력이 좀 달리시는지 어린 유아들 마냥 주무시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연세가 어느정도 드신 여느 부모님들과 마찬가지로 어머니는 혹독한 일제시대와 6.25동란을 겪으며 지긋지긋한 가난과 함께 파란만장한 삶을 영위하며 한세기 가까이 살아오고 계시다.

 

일제말기에는 먹고 살기 위해 북한의 평양까지도 가셨다고 하는데 해방직후 전기줄(삐삐선)로 선을 그은 3.8선이 닫히면 오도가도 못한다는 소문에 두남매를 데리고 지나가는 트럭등에 의지도 하며 남하하여 고향으로 돌아 왔지만, 그때의 큰형님은 50년전인 1958년 군대에서 순직을 하여 동작동 국립현충원과 가슴에 묻으시고 제일 큰딸로 이제 일흔다섯이 되신 누님은 5년전 풍을 맞아 어머니보다 거동이 좀 불편한 상태로 청주에 사신다.

 

6.25동란기에는 충북진천에서 충북영동까지 고단한 피난생활도 해야 했으며, 자식들이 모두 성장하기까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온갖 고난과 역경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살아 오셨다.

 

 

1년반전 많이 편찮으셨던 때의 모습(2007.09.20)

  

내 어린시절에는 막내로 태어나  다른 친구들의 부모님에 비해 나이드신 부모님을 창피하게 여기기도 했던 정말 철 없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래도 건강하게 오래 사시어 함께 생활하면서 맛난 음식이며 커피도 마시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할 수 있으니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친구들이나 함께 생활하지 않는 형님들보다는 행운이며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얼마나 될까?

 

 

노인들은 집안에만 계시기에 말 상대가 없어 늘 외로울 수 있으므로 가족들이 가급적 의도적이라도 대화거리를 찾아 많은 대화가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궁금해 하는 것이 참으로 많으신것 같다.

 

어머니도 전화가 오면 누구한테서 왔냐,

외출을 하면 어디를 가냐 ,

물건을 사도 얼마 줬느냐 등등

 

궁금해 하시는 것이 많으시기에 웬만하면 물어 보시기전에 미리 말씀을 드린다.

나들이를 하거나 시장(마트)을 보러 갈때도 가급적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이 거의 함께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이제 날씨가 좀 풀리면 디스크 수술후  늘 허리가 아프다는 집사람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가까운 화성쪽 온천 나들이를 해야겠다.

 

너무 늦게 결혼하여 아직 13살밖에 안된 어린 막내 손주녀석 장가가는 것을 보시려면 100살 이상을 사셔야 할텐데.....

 

 

 울  어머님의 萬壽無彊을 기원합니다

 

 

 

200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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