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날은
낮에 깡통에
구멍을 숭숭 뚫고 철사줄을 매달아
망우리 갈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후
엄니께서 해주신 흑설기 실컷 먹고
안*권, 임*만, 임*종 등 친구들과
동네 뒷산인 망티산에 올라 가면서
깡통에 솔방울, 작은 장작개비 등을 넣고
빙빙 돌리며 오르다 보면
어느덧 높이 솟아오른 둥근달이
온 사방을 은은히 비추고
건너편 지밋산을 비롯 저 멀리 덩무니 평야며
온 천지가 온통 뻘건 불이 타오르는
불꽃장관을 연출하던 대보름날...
농한기인 울 동네 굴테는
설날부터 대보름때까지
보름동안은
이곳 저곳 여기 저기서
널찍한 마당에 멍석을 펴 놓고
어른들께서 모다, 윷이다 하는
윷놀이 고함소리에
동네가 늘 시끌벅적했고
설을 쇠고 남은 가래떡으로
어제는 저집 오늘은 이집
돌아가며 떡국을 내 놓았는가 하면
친구들과 자치기를 하다가
많은 어른들이 웅성웅성하는
각종 계(契)모임하는 집에서
공짜로 맞난 음식을 얻어 먹기도 했던
겨울방학 내내
엄니께서 쪄 놓은
점심은 늘 고구마가 주식(主食)이던 시절
년중 가장 맛난 음식에
풍성하고 여유로왔던
아름다운 시기였는데...
아~
40여년전의
그때 그 시절이
주마등 처럼 떠오르는 대보름이구나...
2009.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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