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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窓)/-. 혼란한 世上

"35년간 시댁에 5번밖에 안 간 아내…"

60대 남편, 이혼 소송
7년째 별거 중인 아내는 자신의 불륜을 고백한 남편의
자전소설을 법정에 반박 증거로 제출

지난 25일 오전 서울가정법원 법정에서 A(63)씨가 판사에게 "이제라도 어머님을 모신다면 모를까 남은 재산을 모두 포기하더라도 이혼할 생각입니다"고 말했다.

A씨는 1975년 결혼한 B(56)씨가 맏며느리인데도 제사를 지내지 않았고 시댁에 5번 방문한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B씨가 서울 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A씨의 재산을 모두 가로챘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군인으로 충성하며 명예 때문에 이혼을 못했는데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 털어놨다.

2001년 육군 대령으로 예편한 A씨는 B씨와는 7년째 별거하며 고향에서 산다고 했다. 94세 노모와 지체장애 1급인 누나를 보살피며 살아 동네에서 효자로 소문나 있다고도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B씨는 "다른 여자와 살겠다고 이혼 청구한 남자를 위해 어떤 여자가 이혼을 허락하겠습니까"라고 반박하며 A씨가 펴낸 소설책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A씨는 별거 중이던 2008년 자비로 자신의 불륜, 아내와의 갈등을 담은 500쪽 분량의 소설책을 써서 500권을 찍었다고 했다. 그는 책 표지에 '여인을 보호하면서 무너지려는 가정을 지켜내고자 눈물겨운 역경을 이겨낸 이 시대의 진정한 신사'라는 소제목도 달았다.

이혼 소송 증거물로 당사자가 출간한 책이 제출된 적은 거의 없었다고 판사들은 말했다.

A씨는 "나도 치부를 스스로 폭로한 신정아씨와 같은 심정으로 내 진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A씨의 동료 10여명이 나와 재판을 지켜봤다. 이들은 B씨가 '시부모도 모르는 며느리'라며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가사3단독 송인우 판사는 이날 별도의 변론기일을 잡지 않고 가사(家事) 조사를 명령했다. 가정이 진짜 파탄 난 원인이 뭔지 조사해 보겠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2011.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