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무효” “역차별”…탈락지역 분노 폭발
갈등·혼선 키운 정부 “최선 결정” 공허한 담화
예고된 충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 선정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의 진주 이전 결과가 공식발표된 16일 대한민국은 지역도, 민심도, 정당도 사분오열됐다. '먹고 뺏겼다'는 승패 논리와 환호·분노의 목소리로 전국이 쪼개지면서 "최선을 다했다"는 정부의 담화는 존재감을 잃고 겉돌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의 경남 진주 이전에 반대하는 전북 주민들이 16일 지역발전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는 외교통상부 앞에서 회의장 입장을 요구하다 경찰과 충돌을 빚고 있다.
과학벨트의 대전 대덕 유치 확정에 영·호남은 발칵 뒤집혔다.
공동 추진에 나섰던 경북·울산·대구 등 3개 시·도는 성명을 통해 "정치 논리와 지역 이기주의에 밀려 지역안배 차원의 나눠먹기식 결정이 이뤄졌다"며 "원천 무효"를 선언했다.
나흘째 단식 중인 김관용 경북지사는 "경주 방폐장과 울진 신원전 등 원자력 시설을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과학벨트 본원 유치에 실패한 광주도 "불법성과 공정성이 확연히 드러났다"(강운태 시장)고 불만을 터뜨렸다. 광주시의회 윤봉근 의장 등 시의원 8명은 정부 결정에 반발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반대로 대전시는 "대덕이 거점지구로, 세종시와 오송, 천안이 기능지구로 선정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충남·북은 세종시의 거점지구 탈락에 대해선 아쉬워했지만 만족하는 편이었다.
정치권도 지역별로 갈라져 정부를 성토했다. 한나라당 대구·경북 의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부 결정은 전면적으로 잘못됐다"면서 평가 관련 문서 공개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이인기 의원(경북도당위원장)은 "선거 논리에 의한 역차별에 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호남 의원들이 "과학벨트를 정치벨트화하고 정치상품으로 만들었다"(김영진 의원)고 비난했고, 충청 의원들은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 전북지역 의원들과 김완주 전북지사, 전북도의회 의원 등은 이날 오전과 오후 청와대 앞에서 잇달아 기자회견과 규탄대회를 열고 'LH의 경남 진주 일괄 이전'을 비판했다.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정부안을 최종 심의·의결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도 시위는 이어졌다.
반면 진주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진주에 하나 더 갔으니 하나 빼내 계산을 맞추겠다는 것은 시장 바닥의 흥정이지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태도가 아니다"라며 국민연금공단이 진주에서 전주로 옮겨지는 것을 반대했다.
오후 3시 김황식 총리는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오로지 국가 미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만큼 이번 결정을 받아들여주기 바란다"며 "이제 결정된 만큼 더 이상의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담화에는 갈등·분열의 원인을 제공한 정부의 명시적인 사과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서 담화는 흩어진 민심을 달래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혼선을 키우고 뒤로 빠진 정부 역할에 대해 미래의 역사가 아프게 묻게 될 하루였다.
경향신문 201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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