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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窓)/-. 혼란한 世上

부동산 중개업소… 무서운 '친목회'

수천만원 가입비·담합 강요, 거절하면 왕따… 영업 방해
회원끼리 짜고 전세금 올려'전세대란'에 기름 붓기도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이모(44)씨는 지난 1월 지역 부동산중개업소 친목회에 시달리다 못해 친목회원 9명을 고소했다. 2009년 개업하자마자 찾아온 친목회장은 "가입비 3000만원을 내고 친목회에 가입해라. 안 그러면 이 동네에서 영업하기 어렵다"고 했다. 분명한 협박이었다. 이씨가 거절하자 친목회는 1년 넘게 갖가지 횡포를 부렸다. 이씨 평판을 떨어뜨리기 위해 가게 앞에서 "악덕 부동산 물러가라"고 시위까지 벌였다. 이씨는 "어떤 짓을 할지 늘 위협을 느꼈다"고 했다.

↑ [조선일보]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친목회 회원이었던 김모(39)씨는 작년 3월 친목회 간부와 다툰 뒤 제명당했다.

김씨는 "제명된 뒤 친목회에서 매물을 독식하며 '왕따'시키는 바람에 1년 넘게 거의 놀았다"며 "친목회에서 '재가입하려면 회비 700만원을 내라'고 해서 아직 버티고 있다"고 했다.

최근 들어 이처럼 일부 지역별 부동산중개업소 친목회가 담합을 강요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친목회에 가입하지 않는 중개업소의 영업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등 조폭처럼 행동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트집을 잡아 비회원 업소에서 행패를 부리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회원들에게는 일요일 영업 금지, 수수료 할인 금지, 비회원 업소와의 거래 금지 등 규칙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이런 담합의 피해는 부동산중개업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보고 있다. 가뜩이나 전셋집이 모자라 벌어지고 있는 '전세 대란(大亂)'을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중개업소들이 담합해 장난을 쳐 전세 수요자가 크게 늘어나지도 않았는데도 특정 단지 전세금이 1~2주 사이에 1000만~2000만원씩 급등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오는 5월 결혼할 예정인 정모(29)씨는 중개업소를 통해 서울 성동구 A아파트 전셋집(2억1000만원)을 소개받았다. 1주일 뒤 계약금을 들고 중개업소를 찾았더니 그 사이 전세금이 2000만원 올라 있었다. 정씨는 "전세금이 더 오를 것 같은 불안감에 어쩔 수 없이 계약은 했는데 급히 전세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에 사는 이모(51)씨는 작년 8월 인근 중개업소에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은 뒤 다른 업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우리 업소에 맡기면 시세보다 더 받게 해주겠다"는 전화였다. 이씨 집은 실제로 2주 뒤 시세보다 2000만원 높은 1억8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이씨는 "알고 보니 중개업소 친목회 회원들이 담합을 해 우리 단지 전세금을 일제히 2000만원 정도 끌어올렸더라"고 했다.

부동산중개업계에서는 "○○지역 전세금 급등은 친목회가 담합해 끌어올렸기 때문"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돈다. 한 공인중개사는 "친목회에 가입하지 않은 중개업소가 전세금을 낮게 책정하면 친목회 회원들이 집주인을 찾아가 1000만~2000만원 더 받게 해주겠다고 꼬드겨 물건을 가로채 전세금 상승세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부동산중개업소 친목회를 처벌할 규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중개업소는 집주인으로부터 위탁받아 매매를 중개하는 것이라 담합 등으로 처벌하기 쉽지 않다.

 

조선일보  2011.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