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0시41분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13층 코스닥시장운영팀. 사무실에 비치된 체크단말기 3대에 일제히 'CB(서킷브레이커) 발동'이라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전날 코스닥지수 종가(462.69)보다 10%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계속되자 전산 시스템이 자동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전 종목의 거래를 일시 중단시킨 것이다.
떨어지는 지수를 긴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직원들의 행동이 분주해졌다. 직원들은 서킷브레이커 발동 원인을 '미국 신용등급 하향 충격 및 세계경제 둔화 우려'로 설명해 즉시 공시했다. 곧이어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거래소로 빗발쳤다. "서킷브레이커가 도대체 뭐냐"는 질문에서부터 "내 돈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까지 다양했다. 거래소 코스닥시장운영팀 관계자는 "전날 미국 증시가 크게 하락해 지수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면서도 "연 이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정신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중 '사이드카' 발동을 알렸던 주식시장운영팀 관계자는 "휴가계획도 취소하고 비상대책반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지만, 요즘처럼 장세가 안 좋으면 직원들도 일할 맛이 안 난다"고 한숨지었다.
같은 시각 서울 여의도동 대신증권 본사 1층 객장에는 중년의 주식 투자자 30여명이 모여 근심어린 얼굴로 주식시세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코스피지수가 하락으로 출발, 오전 11시21분 184포인트 넘게 떨어지며 1684.68을 기록하자 투자자들은 "1600까지 가는 게 아니냐"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연이은 급락에 오늘만큼은 시세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김모(53)씨는 "신문·방송을 보면 우리가 비이성적으로 투매했다고 하던데, 이런 상황에서 안 파는 게 이성적이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6일째 급락이 계속되자 각종 증권 포털사이트와 증시 동호회 카페 등에는 급락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투자자들의 질문과 답변이 잇따랐다. 재테크 실패로 인한 기구한 사연들도 많았다. 한 투자자는 "남자친구의 주식이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돼 결혼마저 미루게 됐다"고 전했다. 직장 생활 2년차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정모(29)씨는 "하반기 증시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세자금을 마련하려고 주식투자를 시작했는데 다 날렸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도 급락이 멈추지 않아 모니터 앞을 떠나지 못한 증권사 직원들 때문에 여의도 식당가는 도시락 배달 특수를 누렸다.
폐장을 앞두고 빠르게 낙폭이 줄어들며 증시가 'V'자를 그리자 낙심했던 투자자들도 조금씩 활기를 찾는 모습이었다. 오후 1시56분쯤 전광판의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회복하자 객장에 모인 투자자들은 "비가 올 땐 떨어지더니, 햇빛이 드니까 이제 다들 조금씩 사고 있나 보다"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하나대투증권 남대문지점 이재혁 차장은 "180포인트가 빠졌을 때에는 투자자들과 직원들이 패닉 상태였지만, 장 막판에 시세가 올라오면서 매수 의견을 묻는 고객들의 전화 목소리에 화색이 돌았다"고 말했다.
장 막판 약간 진정됐지만 이날 투자자들의 공포는 최대 수준이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전날보다 42.12% 오른 50.11로 장을 마쳤다. 2009년 4월 13일 지수가 산출된 이후 최고치였다.
그간 "시장이 바닥을 확인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던 애널리스트들은 종일 항의 전화에 시달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자동차주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며칠 전 조언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다"며 "앞으로 보고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며칠간 장밋빛 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항의 전화가 많았다"며 "오늘은 오히려 항의가 적었는데, 투자자들이 자포자기했기 때문인 것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20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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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황종합]"1800은 지켰다", 패닉에서 진정까지
[또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스… 6일간 시총 208조 증발, 낙폭은 진정]
▲9일 하루 코스피지수 추이 |
6일째 지속된 급락장의 끝은 어디일까.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 때 낙폭이 전일 대비 184포인트를 넘어서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하락률이 9.88%에 달하면서 서킷브레이크 발동 직전까지 갔지만 오후 들어 기관과 기금의 순매수 강화로 낙폭이 줄면서 가까스로 1800선을 사수했다.
◇장중 184포인트 내려 1700 붕괴, 총체적 패닉
약 62포인트 하락해 1807.88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오전 9시 19분경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도호가 효력정지)가 발동했다. 전날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였다.
20분 후인 9시 39분에는 코스닥시장에서 올해 처음으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이어 10시 41분경엔 코스닥지수 하락률이 10%를 넘어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매매거래 일시중단)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가 이틀 연속 발동된 것은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불안과 공포의 재생산이 거듭되면서 전일 대비 62포인트 하락해 1807.88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11시 21분경 지수 하락폭이 역대 최대인 184.77포인트에 달했다. 하락률도 9.88%에 달해 서킷브레이크 발동 우려도 제기됐다.
외국인의 폭탄매물이 낙폭을 키웠다. 외국인은 이날 1조1700억원을 순매도해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3월 10일 이후 최대 규모의 매도우위를 보였다. 전날 개인의 폭락에 방아쇠를 당겼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여기에 기관이 9100억원, 기금은 50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면서 코스피시장의 거래대금이 역대 최대치인 13조원3364억원을 기록했다.
◇외국인 1조1000억 폭탄매물… 기관+기금 '방패막이'
오후 들어 기관과 기금이 순매수 강도를 높이며 코스피지수는 진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68.10포인트(3.64%) 하락해 1801.35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운송장비와 화학에 집중적으로 매도공세를 퍼부었지만 기관과 기금이 차화정을 중심으로 순매도 규모를 키워 해당업종의 주가 하락률은 0.8% 수준에 머물렀다.
이날 코스피지수 낙폭 68.1포인트는 앞서 2거래일간 연속 74포인트대로 빠진 것에 비하면 양호한 하락세라고 할 수 있지만 3일 연속 3%대 후반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어서 경계심을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6거래일간 코스피지수의 하락폭은 370.96포인트(-17.08%)에 달한다. 6일간 시가총액은 208조원이 날아갔다.
코스닥지수도 오전 11시 22분 58.10포인트(-12.56%) 내린 404.55까지 급락했다가 기관 매수세 덕분에 430선을 겨우 회복했다. 전날보다 29.81포인트(6.44%) 하락해 432.88에 마감했다. 6일간 코스닥지수는 111.50포인트(20.48%) 하락했고, 그 기간시가총액은 22조원이 감소했다.
한편 이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6원(0.52%) 올라 1088.1원에 거래를 마쳤다.
머니투데이 20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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