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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삶)/-. 성공경영

구직할텐가…창직할텐가

[세대간 멘토링]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 박수왕 소셜네트워크 대표

求職할텐가…직장을 구한다고 생각하면 좁다
創職할텐가…직장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넓다

 

앞으로 20년 후에 당신은 저지른 일보다는 저지르지 않은 일에 더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밧줄을 풀고 안전한 항구를 벗어나 항해를 떠나라. 돛에 무역풍을 가득 담아 탐험하고, 꿈꾸고, 발견하라 -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

■ 김준영 총장
고민이 있을땐 주위와 소통하고 조급하게 답 찾기보단 멀리 봐라

■ 박수왕 대표
창업 어려움 중 하나인 경험 부족 벤처기업 관련 수업 들은게 도움

2012년 한국 사회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청년 일자리다. 올해 한국 경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취업 준비생에겐 어려움이 겹겹이다. 그래도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거침없는 도전정신으로 무장하고 창업에 나서는 청년 사업가들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희망이다. 재기발랄함과 창의성만으로 부족한 경험과 냉정한 현실의 벽을 넘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도 현실. 그들에겐 선배 멘토들 조언이 절실하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달 23일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61)과 이 학교 학생인 젊은 벤처 사업가 박수왕 소셜네트워크 대표(26ㆍ경제학과 4학년)가 만났다. 박 대표는 이 학교의 `별`이다. 2010년 9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아이러브캠퍼스`를 개발했다. 학교 공지사항, 학사일정, 도서관 좌석 조회, 학생 식당 메뉴 등을 알려주는 손안의 `캠퍼스 도우미`다. 현재 전국 202개 국ㆍ사립대학교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러브캠퍼스는 전국 대학생 70만명이 사용하는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본격적으로 외국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김 총장은 이날 30여 년 후배이자 학생이며 제자인 그를 `박 대표`라 불렀다. 20ㆍ30대 청년 19명을 직원으로 거느린 어엿한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이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창의적인 발상과 끊임없는 도전을 하는 청년 창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날 자정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대학생 1만3000명과 `아이러브캠퍼스 종강 파티`를 열고 목이 다 쉬어버린 청년 CEO는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 말을 빌렸다.

▶김준영 총장=박 대표는 성공한 창업가로 올라서기까지 끊임없이 도전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벌써 회사를 접었을 것이다.

▶박수왕 대표=소셜네트워크는 세 번째 회사다. 20세에 학원 기숙사에 김치를 납품하는 사업을 했는데 실패했다. 21세에는 콘서트 공연장에서 야광봉과 망원경 등 응원도구를 판매하는 사업을 벌였지만 역시 1년 뒤 접었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경쟁 사업자들이 집까지 찾아와 난장판을 만드는 바람에 쫓겨나다시피 군대에 갔다. 창업한 회사마다 모두 망했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았다. 군대에서도 틈틈이 창업 아이템을 고민했다.

▶김 총장=예비 청년 사업가에게 난관이 많다. 정부에서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해주면서 창업가 정신을 키워줘야 한다. 박 대표의 지난 2년을 보면 항상 도전하고 자기 꿈을 계속 실현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감을 많이 잃고 있다. 심지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해 안타깝다.

▶박 대표=취업난을 비롯해 대학생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적인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젊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학생들의 특권이다. 빡빡한 학업, 비싼 등록금, 극심한 취업난 등 쉽지 않은 현실이 눈앞에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진부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긍정과 희망으로 하나씩 도전하고 성공이든 실패든 경험을 쌓다 보면 반짝이는 미래가 기다리는 것 같다. 제가 그랬다. 학교에 관한 여러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고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을 거듭하다 보니 대표가 됐다.

▶김 총장=한국은 고학력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내가 학교 다닐 때 1970년대 초반에 대학진학률은 20% 후반대였다. 하지만 요즘엔 80%가 넘는다. 당시엔 `성장=일자리 창출=고용`이라는 등식이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현재 한국 경제는 저성장 상황이어서 일자리 창출은 제한적이고 그나마도 고용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일자리 눈높이가 높아지고, 덩달아 임금 기대치도 높아졌다. 취업준비생도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일자리를 `탐색`하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생겼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보니 기업과 구직자 간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청년 노동시장 구조가 달라진 것이다.

▶박 대표=내 직장은 내가 만든다는, 자신만의 사업 아이템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창직(創職)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처음엔 5명에서 시작했지만 지금 정규직 직원만 13명으로 불어났다. 모두 20ㆍ30대 젊은 친구들이다.

▶김 총장=앞으로 정보서비스산업과 녹색 산업, 중견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다. 박 대표가 경영하는 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좋은 모델이다. 본격적으로 외국 시장에 진출하면 일자리는 더 많이 생길 것이다.

▶박 대표=올해는 중요하다. 외국 진출 원년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브캠퍼스 앱이 국내를 넘어 외국 시장으로 건너간다. 작년 3월 서울 역삼동에 `CL소셜네트워크 차이나`라는 중국법인을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설립했다. 올해 3월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크리스마스 이브에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한 미국 투자회사와 투자 관련 의견을 조율했고, 독일과 프랑스 투자자와 미팅을 하고 아이러브캠퍼스 글로벌 시장 진출과 투자자금 확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 매출은 10억원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외국 진출로 3.5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대학생들이 아이러브캠퍼스 앱을 입학부터 졸업까지 반드시 써야 하는 필수 앱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3년 후엔 기업공개(IPO)를 하고 상장(上場) 절차도 밟을 계획이다.

▶김 총장=이제는 글로벌 마인드를 경영에 접목하라고 격려하고 싶다. SNS는 전 세계 사람이 즐기는 툴이다. 중국에 이어 미국 진출을 발판으로 유럽과 다른 아시아 지역까지 사업이 확대되고 지구촌 삶이 풍요로워지는 쪽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박 대표=청년 창업이 어려운 것은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다. 교육이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다. 벤처기업 관련 수업을 들었는데, 창업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됐다.

▶김 총장=벤처기업과 창업 관련 과목을 늘리고 다양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관련 과목을 30개 개설하고 있다. 창업 성공ㆍ실패담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개발하고 벤처기업 경영과 실무 등에 대한 강의도 진행 중이다.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주고 경기 수원 자연과학캠퍼스에서는 작업 공간을 빌려준다. 대학생들이 창업에 도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도록 창업ㆍ벤처 동아리처럼 창업자 간 네트워크 활성화에도 더 신경을 쓰겠다.

▶박 대표=청년 사업가들이 대학 졸업을 하지 못하고 중퇴하는 사례가 많다. 저도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두고 20학점이 남았다. 회사 일을 미루고 학업에 집중해서 대학을 빨리 졸업할지, 휴학을 할지 고민 중이다. 사실은 회사를 경영하면서 학업을 병행하다 학사 경고를 두 번 받았다.

▶김 총장=지식기반사회에서는 평생학습을 해야 한다. 벤처사업과 대학 학습은 별개가 아니다. 벤처 기업을 경영하다가 공부하고, 공부하다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것이다. 둘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평생학습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졸업 개념도 바뀌었다. 이 시대에는 졸업이 또 다른 출발의 연속이다. 졸업을 언제할지 물리적인 시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박 대표=IT는 변화가 가장 빠른 분야라 공부를 소홀히 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 기회가 되면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 대학원 과정을 보면 미국 MIT와 연계된 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다.

▶김 총장=인간은 고민 속에서 성장해나간다. 고민은 나만의 고민일 수도, 여러 사람의 고민일 수도 있다. 조급하게 답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다 보면 자기 삶이나 고민의 해결에 대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고민이 있을 때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고 인문학 독서를 통해 얻은 지혜 등을 접목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폭넓은 소통과 대화를 통해 지혜를 모으는 노력을 하기도 전에 고민에 대한 해답부터 찾으려고 한다. 또 바쁠수록 자기 나름대로 사색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

▶박 대표=하루 일과를 보면 오전에 주로 사무실에서 구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또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직원들과 함께 서점에 들른다. 책방에서 책을 보며 최근 트렌드를 파악하거나 공부를 한다.

▶김 총장=인생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국내 벤처를 넘어서 글로벌 벤처기업으로 도약하려면 보다 많은 사람과 함께 같은 곳을 보면서 걸어가야 한다. 다양한 사람들, 더 좋은 사람들과 네트워킹하는 데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다. 이때 중요한 태도는 겸손이다.

▶박 대표=총장님 말씀에 공감한다. 지금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20대 초반 창업했다가 망했을 때 동고동락했던 멤버들이다. 실패를 통해 얼마나보다 어떻게 벌어들이는지, 무엇을 하기보다 누구와 함께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작년 5월 40대 중반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합류했다. 미국 한 글로벌 투자회사 한국총괄 담당자였는데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해서 건방지지만(?) 투자를 거절하자 아예 사업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해 왔다. 알고 보니 회사 매출과 맞먹는 연봉을 받고 있어서 정중히 거절하자 "1달러만 받고 일하겠다"며 회사를 걷어차고 나와서 함께 일하고 있다. 돈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They are…

김 총장은 △1951년 경북 상주 출생 △1975년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1984년 미국 미네소타대학원 경제학 석ㆍ박사 △2011년 성균관대 제19대 총장 취임(현)

박 대표는 △1986년 전북 군산 출생 △2005년 성균관대 경제학과 입학(재학 중) △2010년 대학생 벤처기업 소셜네트워크 대표(현)

 

 

 

매일경제  2012.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