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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에서 7억까지… 기구한 은마아파트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316번지. 한보주택 시공. 1979년 12월 전용 76·84㎡ 4424가구 28개동 입주. 은마아파트의 프로필입니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 '아파트 가격의 바로미터' 등 숱한 수식어가 붙은 은마아파트는 부동산을 좀 안다고 하는 전문가들부터 '옆집 아저씨'들도 시세를 꿸 정도로 유명세가 있는 단지입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은마처럼 기구한(?) 운명을 가진 아파트도 없는 것 같습니다.
2000년대 초반 2억원 선이던 은마아파트는 부동산 활황기를 타고 불기 시작한 재건축 열기가 더해지면서 가격이 꾸준히 급상승해 2006년말에는 12억원을 호가할 정도로 치솟았습니다. 당시 신문과 방송에는 이틀이 멀다 하고 은마아파트의 가격이 생중계되다시피 했습니다.

은마의 상징성이 커서일까요, 정부부처에서 발표하는 자료에도 은마는 단골로 등장하곤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가격이 폭등하자 집값을 잡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수십 차례의 부동산 투기 대책에는 예시된 폭등 단지로 은마가 심심찮게 거론됐습니다. 정부가 매달 언론을 통해 발표하는 실거래가 자료에도 은마는 대표 예시 단지에 꼭 포함되고 있습니다.

특히 재건축을 이야기할 때면 은마는 빠지는 법이 없었습니다.
2000년 전만 하더라도 은마는 사실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사실 주변의 내로라하는 유명 아파트들, 특히 '대치동 빅3'(우성·미도·선경) 아파트와 비교하면 위상이 눌려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불기 시작한 재건축 열기는 은마의 위상이 바뀌는 동시에, 운명이 꼬이는 계기가 됩니다.

강남 한복판에서 추진되는 4400여 가구의 재건축의 폭발력을 예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강남 노른자위의 헌 아파트를 새로 짓는다는 계획에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습니다. 은마는 강남 아파트 급등의 견인차였고,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의 바로미터라는 수식어도 이때부터 붙었습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로선 폭발할 것만 같은 은마를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동을 걸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서울시는 안전진단 강화로, 중앙정부는 포괄적이고 전방위적인 재건축 규제 강화로 은마 재건축 틀어막기에 나섰습니다.

당시 세간엔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은마기 때문에 (재건축이) 안 됐다"고. 웬만한 단지면 서울시 안전진단이나 구청 인허가 과정도 어느 정도 쉽게 통과해 벌써 새 아파트로 지어졌을 텐데, 워낙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곳이라 공무원들도 쉽게 재건축을 허락할 수 없었다는 얘기였습니다.

비록 인허가의 높은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은마는 2006년말 어느덧 12억원 선에 육박할 정도로 몸값이 불었습니다. 불과 약 6년 만에 시세가 6배로 뛴 겁니다.

은마의 전성기는 2008년말 불어닥친 글로벌 경제위기로 꺾이기 시작합니다. 2009년 10억선이 무너지더니 지난해 8억선이 밀렸고, 한 달 전쯤에는 6억6900만원대 일부 급매물이 팔리며 7억원 선도 깨졌습니다. 급매물 소진과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잠시 반등해 지금은 7억원 초반대 가격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점 대비 40%는 빠진 수준까지 내려온 것이지요.

전세 시장만 놓고 보면 은마의 모습은 좀 더 초라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2월 현재 대치동 일대 3.3㎡ 당 평균 전세금은 1431만원입니다. 은마아파트는 1056만~1090만원 선으로, 대치동 평균의 약 75% 수준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학군 수요로 대치동으로 몰려드는 전세입자들 사이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대치동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고 해서 이젠 '대치동 전세받이'이라는 별칭까지 달렸습니다.

12억원에서 7억원까지, 그리고 '아파트값의 바로미터'에서 '대치동 전세받이'까지. 이름만큼이나 컸던 부침과 얽힌 사연들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궁금합니다.

조선비즈  201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