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동산 뉴스 및 정보★/-. 부동산 뉴스

강남 재건축 호가 급등세…투기세력 개입 흔적도

해외지사 발령을 받아 출국을 앞둔 A씨는 서울 목동 집을 팔고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려다 최근 강남 입성을 포기했다. 염두에 두고 있던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매수가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A씨가 눈여겨보던 단지는 반포 주공1단지 105㎡(32평)로 2주 전만 해도 15억원 수준에 매물이 나왔었다. 그러나 1주일 후 호가가 16억원으로 뛰더니 한 주가 더 지나자 16억5000만~17억원까지 올랐다.

재건축조합이 만들어진다는 현수막이 내걸린 데다 인근에 입주를 앞둔 래미안 반포 퍼스티지 매매가와 전세금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A씨는 "중개업소를 방문할 때마다 5000만원씩 호가가 올라 매수를 포기했다"며 "차라리 다른 지역에서 투자 대상을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강남 집값이 치솟고 있다.

반포 등 일부 지역은 '떴다방'과 투기세력이 가세해 입주 예정 아파트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개포 주공1단지 43㎡(13평)는 최근 시세가 8억1000만~8억2000만원 선이다. 한두 달 전보다 8000만~1억원이 올랐다. 50㎡(15평)도 10억1000만원 선으로 한 달 전보다 1억원가량 상승했다.

남도공인 관계자는 "각종 재건축 규제 완화와 경기 회복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최근 한 달 새 1억원 안팎, 올해 초보다는 1억5000만~2억원 정도 올랐다"고 전했다.

반포 주공1단지 72.6㎡(22평)는 최근 호가가 최고 12억원까지 올랐다. 2006~2007년 당시 실거래 최고가 11억2000만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올해 초보다는 무려 4억~5억원이나 오른 가격이다. 138㎡(42평)도 한두 달 전 19억원이던 호가가 23억원까지 치솟고 매물도 자취를 감췄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분양 해소를 고민했던 래미안 퍼스티지는 지난 3월부터 오름세를 보이다가 5월 이후 한 달 만에 2억~3억원까지 매매 호가가 치솟았다. 지난 4월 12억원에 거래됐던 112㎡(34평)는 14억~15억원 선에 호가가 형성됐다. 한 달 상승률이 4.26%로 서초구의 비슷한 규모 아파트 상승률(0.87%)보다 무려 4배 이상 높다. 목동 일대 아파트도 최근 서울시의회의 재건축연한 단축 추진 발표와 9호선 개통 기대감 등으로 한 달 새 5000만원가량 올랐다.

이 같은 재건축 아파트 강세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상반기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7억8263만원에서 8억9387만원으로 1억1124만원(14.21%) 올랐다.

금액 기준으로는 송파구가 평균 7억2168만원에서 8억7571만원으로 1억5403만원(21.34%) 올라 가장 많이 올랐다.

상승률은 4억9638만원에서 6억2373만원으로 오른 강동구가 25.66%로 가장 높았다. 강남구는 8억6277만원에서 9억8528만원으로 1억2251만원(14.20%), 서초구는 10억1507만원에서 10억5609만원으로 4102만원(4.0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1일 국민은행이 발표한 '6월 주택가격동향조사'에서도 전국 집값은 전월보다 평균 0.2% 올라 3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강남 지역은 0.5%, 강북 지역은 0.3% 상승했다. 이처럼 아파트 가격이 치솟자 염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은 "반포뿐 아니라 개포 가락 등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반 아파트로 매수세가 확산되는 않는 한 재건축 아파트만 마냥 오를 수 없는 것이 시장의 속성"이라며 "재건축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지금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일반 아파트 매매 추이를 지켜보며 매수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도 "최근 반포 등 일부 시장 움직임을 보면 투기를 부추기는 세력이 개입한 흔적이 있다"며 "시장이 활성화하려는 단계에 투기세력이 가세할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자금출처 조사 등 투기세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2009.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