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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窓)/-. 아름다운 世上

통일문화재단 주춧돌 놓은 김철호 선생

 


 “외국에서는 살아서 원수로 싸웠더라도 죽은 다음에는 같은 민족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상례입니다. 통일에 앞서 남쪽에서부터라도 죽은 자와 산 자가 서로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일을 진행해야 합니다”

지병인 간암으로 투병 중이던
김철호 선생은 1994년 “뼈에는 색깔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분단 이후 민족갈등으로 숨진 사람들의 진혼 위령사업에 써달라며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에게 자신의 남은 재산을 기탁했다. 그가 기탁한 현금 5억원과 구례의 토지 1만2천여평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의 주춧돌이 됐다.

선생은 재단의 출범을 보지 못하고 이듬해 눈을 감았지만,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김철호 선생의 뜻을 받들어 분단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올 10월 전남 구례에 ‘지리산 한겨레평화생명공원’ 건립사업의 착공식을 했다.

1924년 식민지 조선 경기도의 화성에서 태어난 김철호 선생은 해방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섬유·화학약품 제조업체를 경영하며, 당시로는 획기적인 공채 방식의 사원모집을 하는 등 기업문화 발전에도 큰 공헌을 했다. 또 1982년엔 자신의 농장 일부를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휴양소로 써달라며 노동부에 기증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한 기업인이었다. 선생이 기증한 농장엔 현재 산재 노동자들을 위한 요양소가 세워져 있다.
 
 
 
한겨레  2006년 9월 29일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