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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窓)/-. 아름다운 世上

칠순잔치 비용으로 동네 경로잔치 ''선행''

“가족들끼리 비싼 곳에서 잔치를 하는 허례(虛禮)보다는 소외된 노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가 흐뭇하죠.”

 

자식들이 마련해준 칠순잔치 비용을 노인 위문잔치에 아낌없이 기부한 사람이 있다. 개인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사)한국효도회 동일수(70·사진) 서울회장이 그 주인공.

 

동씨는 지난해 연말 서울 중구지역 미화원들에게 위연금품을 전달하면서 칠순잔치 대신 경로잔치를 하기로 결심했다. 가족회의를 열어 자신의 뜻을 밝히자 자식들도 흔쾌히 찬성했다.

 

그는 이때부터 중구 지역 유지들을 찾아다니며 자리를 주선했고, 11일 오전 1500여명이 참가하는 ‘중구 어르신 한가위 한마당 잔치’를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 수 있게 됐다.

 

이 잔치에 드는 비용 4000여만원은 슬하에 있는 2남2녀의 자녀가 마련해준 것이다. 그는 “허례허식에 가득 찬 행사보다는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더 맘이 편할 것 같아 위문잔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동씨는 이번 잔치가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제대로 효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참회라고 했다.

함경남도 북청이 고향인 그는 14살 때인 1950년 12월 흥남부두에서 마지막 철수한 배로 아버지와 월남했다. 조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어머니와는 그때 생이별했다.

 

미 군무원이었던 아버지는 월남 후 서로 행방을 알지 못하다 3년 만에 겨우 상봉했다. 하지만 동씨가 군 장교로 지방을 전전하고, 퇴역 후에도 사업 탓에 아버지와 정겨운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결국 그런 아쉬움은 10년 전 부친이 숨지면서 끝내 평생 한으로 남았다. 그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모님 생각이 더욱 간절해지고 아버지와 같이 보낸 추억이 없는 것이 너무 아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동씨의 선행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버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좋다’는 동씨의 첫 선행은 196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계천 전차역에서 구걸하던 50대 남성이 3일을 굶었다는 딱한 사정을 듣고는 결혼 예물로 받은 롤렉스 시계를 미련 없이 벗어줬다. 시계의 행방을 궁금해하던 부인의 추궁을 적당히 얼버무렸지만 결국 편지 한 통에 발각됐다. 도움을 받은 50대 남성이 고맙다며 사의를 하겠다는 편지를 보냈던 것.

 

이때부터 동씨와 부인의 숨바꼭질은 평생 이어지고 있다.

겨울에 동씨는 어려운 사람들이 보이면 바로 바바리코트, 목도리, 점퍼, 장갑 등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을 벗어준다. 부인은 그가 돌아와 대체 뭣이 없어졌는지 감시하는 게 습관이 돼버렸다. 동씨는 “부인과 많이 다퉜지만 은근히 지원해주는 아내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던 일”이라며 불우이웃돕기를 부인 덕으로 돌렸다.

 

 

 

세계일보  2007-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