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사계절 중 가장 살기 좋은 계절인것 같다.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기온인 봄과 가을중에서도 5월이 가장 중심에 있어 아마도 계절의 여왕이란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5월의 산야는 언제나 철쭉과 아카시아꽃들의 만개로 곧 다가올 무덥고 짜증나는 여름의 문턱에서 한껏 마지막 꽃향기를 선사하지만 1970년대와 80년대 꽃다운 젊음과 학창시절을 보냈던 우리 세대들로서는 자유와 정의, 불의에 고뇌하며 번민과 혼돈속에 최루가스로 코눈물을 흘리며 하루가 저물곤 했었다.
지금은 복지부장관인 유시민장관은 당시 학생운동의 정당성을 설득력있게 기술한 유명한 [항소이유서]의 장본인으로 나 또한 감명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기도 하다
1979년2월 서울대에 입학하기위해 고향을 떠나게 된 유시민은 항소이유서에서 이렇게 술회하였다,
"고향집 골목어귀에 서서 자랑스럽게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눈길을 등 뒤에 느끼면서 큼직한 짐보따리를 들고 서울 유학길을 떠나왔을때 본 피고인은 법관을 지망하는 아직 어린티를 벗지 못한 열아홉살의 촌뜨기 소년이었을 뿐입니다....중략....그런데, 진달래는 벌써 시들었지만 아직 아카시아꽃은 피기 전인 5월 어느날, 눈부시게 밝은 햇살아래 푸르러만 가던 교정에서 처음 맛보는 매운 최루가스와 걷잡을 수 없이 솟아나오는 눈물너머로 머리채를 붙잡인채 끌려가던 여리디여린 여학생의 모습을 학생회관 후미진 구석에 숨어서 겁에 질린 가슴을 움켜쥔채 보았던 것입니다. 그날 이후 모든 사물이 조금씩 다른 의미로 다가들기 시작했습니다....중략....열여섯살 꽃같은 처녀가 매주 60시간 이상을 일해서 버는 한달치 월급보다 더 많은 우리들의 하숙비가 부끄러워졌습니다. 맥주를 마시다가도 예쁜 여학생과 고고미팅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아이처럼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다 문제학생이 될 조짐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그 겨울, 사랑하는 선배들이 신성한 법정에서 죄수가 되어 나오는 것을 보고 나서는, 자신이 법복을 입고 높다란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꽤나 심각한 고민끝에 머리속에서 지워버리고 말았습니다...."
유신과 5공의 지독한 독재체제를 거쳐 90년대 후반 IMF의 혹독한 경제한파를 지나오면서도 역사의 수레바퀴는 변함없이 굴러가며 그토록 갈망하던 민주화는 거의 만개(?)한 듯 하다.
간혹 이해관계로 얽힌 문제에 직면하여 시위를 하는 경우는 있으나 권력이나 특정정치세력 혹은 정치문제나 이념에 따라 이을 비판하고 또한 이에 맞서 대항하는 시위는 대학가에서조차도 완전히 사라진 듯 하다.
벌써 우리 사회가 공평하고 공명정대한 사회, 태평성대를 갈구하는 살맛나는 세상이 된 것일까?
흔히 고도 자본주의사회에서 나타나는 정치무관심과 개인주의, 황금만능주의의 어두운 그늘의 한 단면이 아닐까 우려되기도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5~6공을 거쳐 노태우의 민정당과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야합하여 결성된 신한국당에서 당명만 바뀐 한나라당이 이번 지방선거를 거의 석권할 기세인가 보다.
집권당인 여당이 싹쓸이만은 막아달라고 호소한다고 하니 정말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아마도 노무현정권의 무능과 좀처럼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불황의 장기화에 따른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으로 반사이익을 취하지 않나 생각된다.
화창한 금년 5월의 마지막날을 지방선거로 대미를 장식하게 되었지만 웬지 씁쓰름한 기분에 저녁에는 술이라도 한잔 걸쳐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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